은조가 나오면 거의 반사적으로 건조기를 봅니다. 그게 1순위인 건 맞습니다. 수분이 원인인 경우가 제일 많으니까요.
문제는 건조를 다시 하고, 시간을 늘리고, 온도를 올려도 은조가 계속 나올 때입니다. 이때 건조만 계속 붙잡고 있으면 며칠이 그냥 갑니다.
은조는 기체가 수지에 섞여 들어가서 표면으로 끌려 나온 자국입니다. 그 기체가 수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수분이 아닌 경우들을 알아두면 헛돌지 않습니다.
수분이 원인일 때 — 그런데 건조기가 문제일 때
건조를 했는데도 수분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조 조건이 아니라 건조기 자체가 문제인 거죠.
제습 건조기의 흡습제가 수명을 다했으면 뜨거운 바람만 돌고 실제로 수분은 안 빠집니다. 표시 온도는 정상이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입니다. 이슬점을 못 재는 설비면 이게 한참 안 잡힙니다.
호퍼 뚜껑이 열려 있거나 배기가 막혀 있는 것도 흔합니다. 건조된 수지 위로 습한 공기가 계속 들어오면 아래에서 빼는 만큼 위에서 들어옵니다.
그리고 건조가 끝난 수지를 호퍼에 오래 두면 다시 습니다. 흡습성이 큰 수지는 몇십 분 만에도 돌아옵니다. 건조는 제대로 했는데 그 뒤 관리에서 무너지는 경우죠.
수분이 아닌 경우들
수지가 탄 것
수지온도가 너무 높거나, 배럴에 오래 머물면 분해되면서 가스가 나옵니다. 이 가스도 은조로 나옵니다.
구분법이 있습니다. 수분 은조는 대개 부품 전체에 고르게 퍼지고, 분해 가스는 게이트 근처나 흐름 마지막 부위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색이 살짝 누렇게 돌면 분해 쪽입니다.
사이클이 늘어진 날 갑자기 은조가 나왔다면 체류시간을 의심합니다. 앞 공정이 지연돼서 배럴에 수지가 오래 있었던 거죠. 건조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공기를 물고 들어간 것
계량할 때 스크류가 수지와 함께 공기를 말아 넣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크류 회전이 너무 빠르거나 배압이 낮으면 그렇습니다.
배압을 조금 올리면 공기가 빠지면서 은조가 줄어듭니다. 배압을 올렸을 때 반응이 있으면 이쪽입니다. 이건 건조를 아무리 해도 안 잡히는 종류입니다.
벤트가 막힌 것
금형 안의 공기가 못 빠지면 압축되면서 그 자리에 자국을 남깁니다. 심하면 탄화까지 갑니다.
은조가 항상 같은 자리에만 나오면 이쪽입니다. 수분이나 분해 가스는 그렇게 한 자리에 정확히 몰리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채워지는 부위인지 확인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재료가 섞인 것
재생재 비율이 높거나, 마스터배치가 습을 먹었거나, 이전 색이 덜 빠졌거나. 마스터배치는 소량이라 건조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그게 원인일 때가 있습니다.
버진재로만 한 번 찍어보면 금방 갈립니다. 이 확인이 은근히 빠른데 잘 안 합니다.
은조가 남긴 진짜 문제
은조를 외관 불량으로만 보면 놓치는 게 있습니다.
수분이 원인이었다면, 그 부품은 자국만 남은 게 아니라 물성도 떨어져 있습니다. PA나 PC, PBT는 수분이 있는 상태에서 고온을 받으면 분자 사슬이 끊어집니다. 가수분해라고 하는데, 한 번 끊어지면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은조가 심하게 났던 로트는 자국을 사상으로 지운다고 해서 정상이 되지 않습니다. 겉만 정상이고 강도는 떨어진 상태로 나가는 거죠.
더 곤란한 건 은조가 살짝만 났거나 안 보이는 면에만 났을 때입니다. 외관 기준으로는 합격이니까 그대로 나갑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그 로트에서만 파손이 나옵니다.
물성이 중요한 부품이라면 은조는 외관 판정 대상이 아니라 공정 이상 신호로 보는 게 맞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오면 그 로트 전체의 건조 상태를 의심해야 합니다.
순서로 보면
건조 조건을 확인하고 다시 건조합니다. 여기서 잡히면 끝입니다.
안 잡히면 건조기 자체를 봅니다. 흡습제 수명, 이슬점, 호퍼 상태. 이 단계를 건너뛰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건조 조건과 건조기 상태는 다른 얘기입니다.
그다음 자국 위치를 봅니다. 한 자리에 몰려 있으면 벤트, 전체에 퍼져 있으면 재료나 체류, 게이트 근처면 분해.
그리고 배압을 조금 올려봅니다. 반응이 있으면 공기 혼입입니다.
마지막으로 버진재로 찍어봅니다. 여기서 깨끗하면 재료 문제로 확정됩니다.
이 순서로 가면 하루 안에 대부분 갈립니다. 건조만 반복하면 일주일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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