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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중 미성형이 났다면, 이 순서로 봅니다

양산 중에 미성형이 나면 원인 분석보다 먼저 할 일이 있습니다. 어제까지 잘 나오던 게 오늘 안 나오는 거니까, 뭐가 바뀌었는지부터 찾는 게 빠릅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원인을 처음부터 훑으면 시간만 갑니다. 순서대로 가면 대부분 다섯 번째 안에서 잡힙니다.

1. 재료가 다 떨어졌나

제일 허무하지만 제일 흔합니다. 호퍼가 비었거나, 브릿지가 생겨서 수지가 안 내려오고 있거나, 자동공급기가 멈춰 있거나.

미성형이 갑자기 전량 나오기 시작했다면 여기부터 봅니다. 30초면 확인됩니다.

2. 계량이 제대로 되고 있나

쿠션이 남아 있는지 봅니다. 쿠션이 0에 가까우면 수지가 부족한 상태로 밀고 있는 겁니다.

체크링이 마모되면 역류가 생기면서 실제 주입량이 줄어듭니다. 이건 서서히 진행되다가 어느 날 티가 납니다. 쿠션이 매 샷 들쭉날쭉하면 체크링을 의심합니다.

3. 온도가 설정대로 올라와 있나

표시값 말고 실제값을 봅니다. 히터 하나가 끊어져 있어도 나머지가 커버해서 설정 근처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금형온도도 같이 봅니다. 특히 아침 첫 물량. 금형이 덜 데워진 상태면 말단부터 안 채워집니다. 겨울에 아침에만 미성형이 나온다면 예열 시간 문제입니다.

4. 조건을 누가 만졌나

교대 인수인계에서 자주 걸립니다. 앞 조에서 다른 이유로 속도나 압을 낮춰놓고 원복을 안 한 경우.

조건 이력이 남는 설비면 이게 제일 빠른 확인입니다. 안 남으면 표준 조건표와 현재값을 대조합니다.

5. 벤트가 막혔나

여기까지 왔으면 금형 쪽입니다.

가스가 안 빠지면 그 자리에서 수지가 더 못 갑니다. 압을 아무리 올려도 안 채워지고, 심하면 그 부위가 탑니다. 미성형 자리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같이 있으면 거의 확정입니다.

쇼트 수가 쌓이면 벤트에 수지 찌꺼기가 껴서 서서히 막힙니다. 세척 주기가 지났는지 같이 확인합니다.

6. 사출기 쪽은 아닌가

금형도 조건도 아니면 기계입니다.

체크링 마모는 앞서 2번에서 봤고, 그 외에 스크류나 배럴 마모도 있습니다. 오래 쓴 설비는 스크류와 배럴 사이 간격이 벌어져서 밀어내는 힘이 줄어듭니다. 같은 설정으로도 실제 압이 덜 걸리는 거죠.

유압 설비면 오일 온도와 압력도 봅니다. 오일이 뜨거워지면 점도가 떨어져서 오후에만 미성형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괜찮고 오후에 나오면 이걸 의심할 만합니다.

노즐 막힘도 흔합니다. 이물이나 탄 수지가 노즐에 끼면 그만큼 저항이 커집니다. 압을 올려도 안 채워지는데 벤트는 멀쩡하다면 노즐을 열어볼 만합니다.

여기서도 안 나오면

이제 조건으로 밀어보는 단계입니다. 사출속도, 사출압, 수지온도, 금형온도 순으로 올려봅니다.

다만 이 시점에서 조건으로 채워졌다고 끝난 게 아닙니다. 어제와 같은 조건으로 안 되던 게 왜 오늘 더 센 조건이 필요한지는 여전히 답이 안 나온 상태거든요. 조건을 올려서 넘기고 원인을 안 찾으면 며칠 뒤에 또 옵니다. 그리고 그때는 더 올려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버가 나오기 시작하고, 중량이 도면을 넘어갑니다. 미성형으로 시작한 문제가 플래시와 중량 초과로 옮겨가는 거죠.

어디가 안 채워졌는지도 단서입니다

안 채워진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 볼 곳이 달라집니다.

가장 먼 말단이면 흐름이 거기까지 못 간 겁니다. 압, 속도, 온도, 유동 길이 순으로 봅니다. 정상적인 미성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얇은 구간만 안 채워지면 그 자리에서 흐름이 멈춘 겁니다. 살두께가 급격히 얇아지는 지점은 수지가 빨리 식어서 길이 막힙니다. 금형온도 쪽이 더 잘 듣습니다.

막다른 골목, 그러니까 깊은 리브 끝이나 보스 끝이면 가스입니다. 압을 올려도 딱 그만큼만 가고 멈추면 거의 확정입니다. 앞서 5번에서 본 그 상황입니다.

특정 캐비티만 안 채워지면 러너 밸런스나 그 캐비티 게이트 문제입니다. 조건은 전 캐비티에 똑같이 걸리니까, 한 곳만 다르다는 건 금형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 구분을 먼저 하면 위의 1~5번 중 어디를 볼지가 좁혀집니다. 반대로 부품을 안 보고 조건표부터 열면 순서대로 다 훑게 됩니다.

T0에서 나온 미성형은 성격이 다릅니다

지금까지는 양산 중 발생 얘기였습니다. 처음 찍는데 안 채워지는 건 원인 후보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때는 게이트가 작은지, 유동 길이가 긴지, 살두께가 얇은 구간이 있는지, 사출기 용량이 금형에 맞는지를 봅니다. 형상과 설비의 문제라 조건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T0에서 조건을 끝까지 올려서 겨우 채운 금형은, 양산에서 공정창이 거의 없습니다. 그날 채워졌다는 사실보다 얼마나 여유를 두고 채워졌는지가 중요합니다. 최대 조건의 90퍼센트를 써야 채워진다면 그건 채워진 게 아니라 아슬아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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