휨은 원인이 많아 보이지만, 파고 들어가면 결국 한 문장으로 모입니다. 부위마다 다르게 식었다.
수지는 식으면서 줄어듭니다. 모든 부위가 똑같이 줄어들면 크기만 작아지고 형상은 유지됩니다. 그런데 한쪽이 먼저 굳고 다른 쪽이 나중에 굳으면, 나중에 굳는 쪽이 줄어들면서 이미 굳은 쪽을 끌어당깁니다. 그게 휨입니다.
그래서 휨을 볼 때 물어볼 질문은 하나입니다. 어디가 늦게 식는가.
이 질문을 안 하고 조건표부터 열면 보압, 냉각시간, 사출속도, 수지온도를 차례로 만지게 되는데, 대부분 헛수고입니다. 조건은 식는 속도의 차이를 크게 못 바꾸거든요. 살두께가 두 배 차이 나는 자리는 조건을 어떻게 만져도 두 배만큼 늦게 식습니다.
냉각시간을 늘리는 건 그나마 효과가 있는데, 이건 차이를 줄이는 게 아니라 둘 다 충분히 식히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금형 안에서는 잡혀 있다가 빼내고 나면 다시 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이클만 늘어나고 문제는 후공정으로 넘어가는 거죠.
제대로 잡으려면 늦게 식는 쪽을 빨리 식히거나, 빨리 식는 쪽을 늦게 식혀서 속도를 맞춰야 합니다. 그러려면 금형 얘기로 넘어가야 합니다. 냉각 라인이 그 부위까지 가 있는지, 라인 간격이 균등한지, 코어 쪽과 캐비티 쪽 온도가 다르지 않은지.
코어와 캐비티 온도 차이는 특히 흔한 원인인데도 잘 안 봅니다. 두 면의 온도가 10도만 달라도 부품은 낮은 쪽으로 휩니다. 금형온도기를 두 대 쓰면서 한쪽만 설정을 바꿔놓고 잊어버린 경우도 있고, 한쪽 라인만 막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휨 방향이 항상 같은 쪽이면 이걸 먼저 의심해볼 만합니다.
살두께 차이는 설계 영역이라 손대기 어렵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 두꺼운 보스 뒤쪽이 항상 오목하게 휜다면 그건 금형이나 조건 문제가 아니라 형상이 만든 결과입니다. 이런 건 지그로 잡거나, 휘는 방향을 미리 반대로 준 금형을 만들거나, 아니면 그 정도 휨을 허용 범위로 인정받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유리섬유가 들어간 수지는 여기에 하나가 더 붙습니다. 섬유가 흐름 방향으로 누우면서, 흐름 방향과 직각 방향의 수축률이 달라집니다. 같은 두께라도 흐름 방향에 따라 다르게 줄어드는 거죠. 이 경우 게이트 위치를 바꾸면 휨 방향이 통째로 바뀝니다. 조건으로는 손댈 수 없는 영역입니다.
취출 방식도 휨에 관여합니다. 아직 덜 굳은 부품을 밀핀 몇 개로 밀어내면 그 자체가 변형을 만듭니다. 특히 넓고 얇은 부품은 밀리는 순간 휘어서 그대로 굳습니다. 냉각 밸런스를 다 맞춰놨는데도 휨이 남는다면 취출 쪽을 볼 만합니다. 로봇으로 받는지, 자유낙하로 떨어뜨리는지, 떨어져서 쌓이는지도 영향이 있습니다. 뜨거운 부품을 쌓아두면 아래쪽이 눌립니다.
그럼 조건은 아무 소용이 없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할이 다릅니다.
조건은 휨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원인을 찾는 도구입니다. 금형온도를 한쪽만 올려봤을 때 휨 방향이 바뀌면 냉각 밸런스가 원인인 겁니다. 보압을 올렸을 때 특정 부위 수축만 줄면 그쪽에 압이 안 닿고 있었다는 뜻이고요.
이렇게 반응을 보고 나서 금형 수정 방향을 정하면, 수정 한 번에 잡힐 확률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아무 정보 없이 냉각 라인을 추가하면 엉뚱한 데를 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사출장에서 조건을 만지는 시간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게 해결이 아니라 진단이라는 걸 알고 만지느냐가 다릅니다. 진단이라고 생각하면 몇 번 만져보고 결론을 내지만, 해결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때까지 계속 붙잡게 됩니다.
측정을 언제 하느냐도 답이 달라집니다
휨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합니다. 취출 직후와 24시간 후가 다르고, 일주일 뒤가 또 다릅니다.
그래서 언제 잰 값인지를 안 적어두면 나중에 얘기가 안 맞습니다. 사출 쪽에서는 합격이라고 하고 조립 쪽에서는 불합격이라고 하는 상황이 대개 여기서 나옵니다. 서로 다른 시점에 잰 겁니다.
기준을 하나로 정해두는 게 좋습니다. 취출 후 24시간 상온 방치 뒤 측정,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그 기준을 도면이나 검사 기준서에 적어둡니다.
측정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반 위에 그냥 올려놓고 뜨는 양을 보는지, 3점 지지로 재는지, 지그에 물려서 재는지에 따라 값이 다르게 나옵니다. 부품이 무르면 자기 무게로도 눌립니다.
후공정으로 넘기기 전에
지그에 물려서 식히거나, 어닐링을 하거나, 조립하면서 강제로 펴는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씁니다.
다만 이건 잔류응력을 남긴 채로 형상만 맞춘 상태라, 시간이 지나거나 온도가 올라가면 원래대로 돌아가려 합니다. 차 안에 놓인 부품이 여름에 변형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경로가 대개 여기입니다.
그래서 후공정은 최후의 수단으로 두는 게 맞습니다. 적어도 냉각 밸런스를 다 보고 나서 쓰는 것과, 보지도 않고 쓰는 것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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