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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출 조건 잡는 순서 — 뭘 먼저 고정하나

시사출장에서 조건을 잡는 시간은 늘 부족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찍고 다음 금형을 올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순서를 미리 정해놓고 들어가는 것과, 가서 상황 봐가며 만지는 것은 결과가 많이 다릅니다.

순서의 원칙은 하나입니다. 뒤에 만질 것에 영향을 주는 것부터 고정한다. 거꾸로 하면 앞에서 맞춰놓은 게 뒤에서 계속 틀어집니다.

0단계 — 만지기 전에 정해둘 것

조건을 만지기 전에 두 가지를 정해놓고 시작합니다.

하나는 목표 중량입니다. 도면 중량이 있으면 그걸 쓰고, 없으면 최소한 상한선은 정해둡니다. 이게 없으면 나중에 싱크를 잡는다고 보압을 올릴 때 어디서 멈춰야 할지 기준이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합격 기준입니다. 외관 어디까지가 합격인지, 한도견본이 있는지. 이게 없으면 조건을 아무리 잘 잡아도 판단에서 다시 싸웁니다.

1단계 — 온도부터

수지온도와 금형온도를 먼저 맞춥니다. 수지 규격의 권장 범위 중간쯤에서 시작하는 게 무난합니다.

온도를 먼저 잡는 이유는 뒤에 만질 모든 것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흔들리면 속도도 압도 다 다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금형온도는 설정이 아니라 도달을 확인합니다. 설정만 걸어놓고 바로 찍으면 첫 몇 샷은 다른 조건으로 찍는 셈입니다. 표면온도계로 한 번 재보는 게 좋습니다.

2단계 — 계량과 쿠션

수지를 얼마나 담을지, 쿠션을 얼마나 남길지 정합니다.

쿠션이 너무 적으면 보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너무 많으면 배럴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초기 사출이 불안정해집니다. 대개는 스크류 지름의 10~20퍼센트 정도를 잡습니다.

이걸 먼저 정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보압을 만질 때 압이 안 먹는 이유를 못 찾습니다.

3단계 — 사출속도로 채우기만

여기서는 보압을 걸지 않고 사출속도만으로 얼마나 채워지는지 봅니다. 보압을 0에 가깝게 두고 시작합니다.

목표는 95퍼센트 정도 채우는 겁니다. 완전히 채우지 않습니다. 나머지를 보압으로 채우는 게 정석이거든요. 속도로 100퍼센트를 채우면 그 순간 압이 급등하면서 버가 납니다.

이 단계에서 어디가 마지막에 채워지는지, 어디에 가스가 갇히는지가 보입니다. 사실 이게 이 단계의 진짜 목적입니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기서 본 게 단서가 됩니다.

속도는 낮은 데서 시작해서 올려갑니다. 제팅이나 플로우마크가 나오는 지점을 지나면 다단으로 나눠야 하는지 판단이 섭니다.

4단계 — 보압으로 마무리

이제 보압을 걸어서 나머지를 채우고 수축을 보정합니다.

낮은 데서 시작해서 조금씩 올리며 매번 중량을 잽니다. 중량이 올라가다가 더 이상 안 올라가는 지점이 나옵니다. 게이트가 얼어서 더는 안 들어가는 거죠. 그 지점 이후로 보압을 더 올리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앞쪽에만 압이 세지고 금형만 벌어집니다.

보압 시간도 같은 방식으로 찾습니다. 시간을 늘려가며 중량을 재다가 안 늘어나는 지점이 게이트 동결 시점입니다.

이 두 지점을 찾아놓으면 나중에 싱크가 나왔을 때 "보압을 더 올릴 여지가 있는지"에 바로 답할 수 있습니다. 없다면 조건이 아니라 다른 데를 봐야 한다는 뜻이고요.

5단계 — 냉각시간

취출했을 때 변형이 없는 최소 시간을 찾습니다. 길게 잡으면 안전하지만 사이클이 늘어나고, 짧으면 휨이나 밀핀자국이 옵니다.

여기서 줄인 1초가 양산에서 얼마나 큰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다만 냉각시간으로 휨을 잡고 있다면, 그건 냉각 밸런스 문제를 시간으로 덮고 있는 겁니다.

순서를 지키면 뭐가 달라지나

거꾸로 가면 어떻게 되는지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보압을 먼저 잡고 나중에 온도를 만지면, 온도가 바뀌면서 게이트 동결 시점이 달라집니다. 애써 찾은 보압 값이 무효가 됩니다.

속도로 100퍼센트를 채운 다음 보압을 걸면, 이미 꽉 찬 상태에 압을 더 넣는 셈이라 버부터 나옵니다. 그러면 형체력을 올리게 되고, 앞에서 얘기한 악순환으로 들어갑니다.

쿠션을 안 정하고 보압을 만지면 압이 제대로 전달되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습니다. 보압을 올렸는데 반응이 없을 때 그게 게이트 동결 때문인지 쿠션 부족 때문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그래서 순서는 편의가 아니라 판단을 가능하게 하려고 있는 겁니다. 앞 단계가 고정돼 있어야 뒤 단계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 — 여유를 확인합니다

조건이 다 잡히면 그 조건이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봅니다.

보압을 조금 낮춰보고, 온도를 조금 낮춰보고, 속도를 조금 바꿔봅니다. 그래도 합격이 나오면 공정창이 있는 겁니다. 조금만 건드려도 불량이 나오면, 그건 조건을 잡은 게 아니라 한 점에 세워둔 겁니다.

양산에서 무너지는 건 대부분 이 확인을 안 하고 넘어간 조건들입니다. 시사출장에서 5분 더 쓰면 되는 일인데, 그 5분이 없어서 몇 달 뒤에 품질팀 회의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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