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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불량 한 건이 흘러가는 과정

가스불량은 발견부터 원인 확정까지 가는 길이 유독 깁니다. 증상이 여러 얼굴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 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감이 잡힙니다.

처음엔 미성형으로 보입니다

말단 한쪽이 안 채워집니다. 그러면 당연히 미성형 대응을 합니다. 속도를 올리고, 압을 올리고, 온도를 올립니다.

그런데 안 채워집니다. 압을 더 올려도 딱 거기까지만 가고 멈춥니다. 이게 첫 번째 신호입니다. 압을 올렸는데 채워지는 양이 안 늘어나면 수지가 못 가는 게 아니라 공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겁니다.

금형 안은 닫힌 공간입니다. 수지가 들어가려면 원래 있던 공기가 나가야 하는데, 나갈 데가 없으면 그 공기가 압축되면서 버팁니다. 압축된 공기는 압을 올릴수록 더 세게 버팁니다.

다음엔 탄 자국이 나옵니다

속도와 압을 계속 올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자리가 까맣게 탑니다.

공기는 압축되면 뜨거워집니다. 순간적으로 수백 도까지 올라가는데, 그 열이 수지를 태웁니다. 미성형 자리 끝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있으면 이 시점입니다.

여기서 알아채면 다행입니다. 탄 자국은 오해의 여지가 별로 없거든요. 문제는 이걸 수지가 탄 걸로 보고 수지온도를 낮추는 쪽으로 가는 경우입니다. 온도를 낮추면 흐름이 나빠져서 미성형이 더 심해지고, 그러면 다시 속도를 올리게 되고, 더 탑니다.

은조나 광택 차이로 나올 때도 있습니다

가스가 덜 심하면 타지는 않고 표면만 흐려집니다. 그 부위만 광택이 다르거나 은색 줄이 생깁니다.

이게 제일 헷갈리는 얼굴입니다. 은조로 보고 건조기를 붙잡게 되거든요. 건조를 아무리 해도 안 잡히고, 자국은 항상 같은 자리에만 있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라는 게 결정적인 단서입니다. 수분이나 재료 문제는 그렇게 정확히 한 자리에만 나오지 않습니다.

확인하는 방법

의심이 서면 확인은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그 자리가 마지막에 채워지는 부위인지 봅니다. 앞에서 조건 잡을 때 보압 없이 95퍼센트만 채워봤다면 그때 본 게 여기서 쓰입니다. 마지막에 채워지는 자리와 문제가 나는 자리가 같으면 가스가 거의 확정입니다.

그다음 금형을 열어서 그 부위 벤트를 봅니다. 수지 찌꺼기가 껴서 막혀 있거나, 애초에 벤트가 없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벤트를 청소하고 다시 찍어봅니다. 증상이 사라지면 끝입니다. 이 확인이 반나절이면 되는데, 조건으로 며칠 헤매다가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벤트가 막히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벤트는 아주 얕은 홈입니다. 수지가 새어 나오면 안 되니까 얕게 팔 수밖에 없고, 그래서 조금만 뭐가 껴도 막힙니다.

쇼트 수가 쌓이면 가스에 섞인 성분이 그 자리에 눌어붙습니다. 서서히 진행되니까 어느 날 갑자기 나빠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계속 나빠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세척 주기가 있는 거고, 주기가 지났는데 안 했으면 가스불량은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양산 중에 갑자기 생긴 문제를 조건에서 찾기 전에 세척 이력을 보는 게 순서인 이유입니다.

벤트 깊이는 수지마다 다릅니다

공기는 나가고 수지는 안 나가야 하니 깊이가 중요합니다. 너무 얕으면 가스가 안 빠지고, 너무 깊으면 그 자리로 수지가 새서 버가 됩니다.

점도가 낮은 수지일수록 얕게 가야 합니다. PA나 PP처럼 잘 흐르는 재료는 조금만 깊어도 새어 나옵니다. 반대로 PC나 ABS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지를 바꾸면 벤트가 안 맞을 수 있습니다. 같은 금형에 다른 재료를 태우기로 했는데 갑자기 버가 나온다면, 조건이 아니라 이걸 봐야 합니다. 반대로 점도가 높은 재료로 바꿨더니 가스불량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벤트 깊이는 마모로도 변합니다. 수지가 계속 지나가면서 조금씩 깎이면 어느 순간 새기 시작합니다. 세척할 때 깊이를 같이 보라고 한 게 이 때문입니다.

가스가 나갈 데는 벤트만이 아닙니다

파팅면 벤트만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여러 경로가 있습니다.

밀핀 틈, 코어 핀 주변, 슬라이드 틈, 인서트 경계. 이런 데로도 가스가 빠집니다. 오히려 깊은 리브 끝처럼 파팅면에서 먼 곳은 이 경로가 유일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밀핀이 뻑뻑해지거나 유격이 없어지면 가스불량이 같이 옵니다. 이형 문제로 밀핀을 조였다가 가스가 안 빠져서 다른 데서 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두 문제로 보이는데 원인은 하나입니다.

금형을 열어서 볼 때 벤트만 보지 말고 이런 틈들도 같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벤트를 늘려야 할 때

청소를 해도 계속 나오면 벤트가 부족한 겁니다.

웰드라인 합류부에는 벤트가 있어야 합니다. 두 흐름이 만나면 그 사이 공기는 빠질 데가 없거든요. 여기에 벤트가 없으면 합류부가 타면서 강도까지 떨어집니다.

깊은 리브 끝, 보스 끝처럼 막다른 골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어 핀 주변 틈으로 빠지게 하거나 별도로 벤트를 두어야 합니다.

벤트를 추가하는 건 금형 수정치고는 비교적 간단한 편입니다. 조건으로 몇 주 붙잡고 있는 것보다 빠를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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