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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품 검사, 시간이 없다면 이 순서로

초도품 검사는 양산 전에 걸러낼 마지막 기회입니다. 여기서 놓치면 그 뒤로는 전부 비용이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늘 부족하죠. 그래서 순서가 중요합니다. 뒤에 볼 것에 영향을 주는 것부터 봅니다. 아래 순서대로 가면 앞에서 걸러진 게 뒤 항목을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1. 조건이 표준인지 먼저 확인

검사할 부품이 어떤 조건으로 찍혔는지부터 확인합니다. 이게 0번에 가깝습니다.

표준 조건이 아니면 그 부품으로 검사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시사출장에서 조건을 이리저리 만진 직후에 뽑은 것이면, 그건 대표 샘플이 아닙니다.

확인할 것: 조건표와 현재 설정값 대조 · 안정화 샷 수(보통 10~20샷 버린 뒤) · 사이클이 일정한지

2. 중량

가장 빠르고 정보량이 많은 항목입니다. 저울 하나면 됩니다.

확인할 것: 도면 중량 대비 편차 · 연속 5~10개의 산포 · 다캐비티면 캐비티별 편차

중량이 도면보다 높으면 과충전 상태로 조건이 잡혀 있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로 양산 들어가면 나중에 버와 잔류응력으로 돌아옵니다. 캐비티별 편차가 크면 러너 밸런스 문제고, 이건 조건으로 못 풉니다.

3. 외관

한도견본을 옆에 두고 봅니다. 견본이 없으면 이 단계는 시작하지 마세요. 기준 없이 판정한 건 나중에 다시 싸우게 됩니다.

확인할 것: 싱크 · 웰드라인 위치와 진하기 · 플로우마크 · 제팅 · 은조 · 버 · 게이트 자국 · 밀핀 자국 · 스크래치

조명 각도를 바꿔가며 봅니다. 한 각도에서만 보면 놓칩니다. 그리고 어느 자리에 났는지를 기록합니다. 위치가 일정하면 형상이나 금형 문제고, 매번 다르면 조건이나 재료 문제입니다.

4. 치수

외관에서 걸러진 뒤에 봅니다. 외관 잡느라 조건이 또 바뀔 수 있으니까요.

확인할 것: 도면 주요 치수 전항목 · 조립부 치수 우선 · 취출 직후와 24시간 후 비교

마지막 항목이 중요한데 자주 빠집니다. 사출품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수축이 일어납니다. 취출 직후에 맞았던 치수가 다음 날 안 맞는 경우가 있어요. 조립 문제는 대개 여기서 나옵니다.

5. 변형

확인할 것: 평면도 · 휨 방향과 크기 · 정반 위에서 흔들리는지 · 24시간 후 재확인

휨은 방향을 기록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원인 찾을 때 냉각 밸런스인지 게이트 위치인지 가르는 단서가 됩니다.

6. 조립 확인

확인할 것: 상대 부품과 실제 조립 · 조립력 · 유격 · 조립 후 변형

단품 치수가 다 맞아도 조립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차가 쌓이거나, 휨 때문에 안 들어가거나. 가능하면 실제 상대 부품으로 해봐야 합니다.

7. 기능·물성

부품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확인할 것: 강도 · 내열 · 내약품 · 후가공(도장, 인쇄, 용착) 적합성

후가공이 있으면 반드시 여기서 해봐야 합니다. 이형제를 많이 쓴 부품은 도장이 안 먹는 경우가 있는데, 초도품에서 확인 안 하면 양산 중에 터집니다.

8. 남겨둘 것

검사가 끝나면 기록과 실물을 남깁니다. 이게 마지막 항목이자 나중에 제일 자주 찾게 되는 항목입니다.

  • 검사 시점의 조건표 전체
  • 측정값 원본 (합격/불합격만 남기지 말 것)
  • 초도품 실물 몇 개 (밀봉해서 날짜 기록)
  • 이형제를 썼는지 여부
  • 불량이 났던 위치와 사진

몇 달 뒤에 문제가 생기면 "처음에도 그랬나"를 반드시 묻게 됩니다. 그때 답할 수 있는지가 여기서 갈립니다.

다캐비티는 캐비티별로

다캐비티 금형인데 몇 개만 뽑아서 검사하면 의미가 반으로 줄어듭니다.

캐비티마다 채워지는 속도가 다르고, 냉각도 다르고, 마모도 다르게 진행됩니다. 1번은 합격인데 4번은 불합격인 상황이 실제로 흔합니다. 그런데 섞어서 뽑으면 그게 안 보입니다.

초도품은 캐비티 번호를 표시해서 전 캐비티를 다 봐야 합니다. 중량, 치수, 외관을 캐비티별로 기록해두면 나중에 양산에서 특정 캐비티만 문제가 생겼을 때 원래부터 그랬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부품에 캐비티 번호가 각인돼 있지 않으면 이때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습니다. 없으면 이후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검사 결과가 애매할 때

합격도 불합격도 아닌 상태가 제일 곤란합니다. 일정은 밀려 있고, 다시 찍자니 금형을 또 올려야 하고.

이때 "일단 진행"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넘기더라도 어디가 애매했는지는 반드시 기록해야 합니다. 조건부 승인이면 무슨 조건인지, 언제까지 해결할지를 같이 적습니다.

기록 없이 넘어간 항목은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그때는 괜찮았는데"로 남습니다. 그리고 원인 조사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놓치기 쉬운 것들

비주류 제품일수록 검사가 얕아지는 게 현실입니다. 물량이 적으니 우선순위에서 밀리죠. 그러다 나중에 문제가 터지면 원인을 찾을 근거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간이 정말 없다면 중량과 24시간 후 치수 두 개만이라도 남기는 걸 권합니다. 이 둘이 나중에 제일 많이 쓰입니다. 외관은 사진으로라도 남겨두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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